법률 쟁점/보험

[보험] 임신, 출산으로 인한 질병은 보험금 지급이 가능할까

rabbi!_! 2025. 7. 7. 19:40

 

 

임산부로서 살아가다 보니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에서 임산부가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 나도 자궁경부이슈로 한참 걱정하면서 보험금 청구를 고려하다가, 예전에 이 주제로 법률자문을 했던 기억이 나서 몇 자 적어본다.

 

혹시 '임신으로 인한 질환'에 관해 들어보셨는지.

 

임신이 아닌 그로 인한 질환이 발생한다는 점에 관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외로 자궁경부무력증(n88.3 경부이슈로 꽤나 흔한 질환), 지연조기진통(o60.01)등 임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 존재한다.

 

그럼 이런 경우에도 그에 따른 치료비에 관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할까?

 

실손보험 약관 중 보상하지 않는 손해를 살펴보면

 

'임신으로 인한 질환은 면책(O코드)'임을 알 수 있는데, 약관 문언 자체로만 보면 임신과 수반하는 대부분의 증상(?)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임신이라는 숭고한(?) 기간 동안 발생한 질환은 더 적극적으로 보상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일 수 있다.

 

그러나 손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우연히 발생한 사고여야 하는데,

 

이와 같은 '우연성' 측면에서 임신은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정말 항상 모두가 그럴까)

 

이에 수반한 질환들은 전부 '우연성'이 결여되어 보험금 지급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물론 이와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요즘은 임신, 출산기 여성의 질환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의 보장성 보험을 태아보험과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실손보험 표준약관의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험 보장된다는 임신·출산 질환, 실손보험으로도 될까? - 경향신문  - 출처 : 경향신문 윤지원 기자 2024. 8. 9. 자 신문기사 참조)

 

그렇다면 이에 관한 법원의 태도는 어떨까.

 

대구지방법원 2015. 8. 13. 선고 2014나 305291 판결은

 

보험금 지급사유로써 i) 자궁경부무력증이 있으면서 임신인 경우는 자궁경부무력증 범위에 포함되고, ii) 일반인은 질병분류코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점, iii) 자궁경부봉합술(맥도널드 수술이라고도 하는 듯)의 경우 전신마취, 40~75분가량 소요되는 수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질병에 관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부산지방법원 2008. 6. 8. 선고 2007 가단 41269 판결은 

 

질병분류표에서는 조기분만과 자궁경부무력증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피고가 40주가 되는 임신기간을 다 마치지 못하고 25주째에 자궁경부무력증 및 조기진통이라는 진단을 받아 그로 인해 태아의 조기분만을 막기 위해 자궁경부봉축술을 받고 그 후 출산할 때까지 계속하여 자궁수축억제 처치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입은 자궁경부무력증 및 조기진통은 정상적인 임신 및 출사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증세를 벗어난 것으로 '질병'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위 판결들은 자궁경부무력증과 조기진통코드가 결합하여 진단된 경우였는데, 자궁경부무력증의 경우 o코드(임신으로 인해 부여되는 질병코드)가 아닌 n코드가 부여된다는 점, 조기진통은 일반적인 임신과정에서 발생할 수 없기에 질환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판시로 보인다. 

 

랍비의 말

 

정상적인 임신, 출산의 과정에서 수반될 수 없는 질환으로 인해 산모가 치료를 받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질병'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고, 임신을 손해보험의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임신 중 발생하는 질병까지 '우연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현재 임신, 출산에 관한 보장성 보험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미 질병 보장을 위한 실손보험을 가입한 사람으로서는 손해보험을 추가로 가입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도 존재한다. 

 

게다가 임신 중 들어가는 다른 비용들을 생각한다면 굳이 중복 가입(?)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고민하게 된다.